범죄 단속 명분 속 워싱턴DC, '이민자 체포 급증'
- HOON HO CHO
- 2 hours ago
- 2 min read
<앵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DC의 범죄를 근절하겠다며 연방 차원의 대대적인 치안 작전을 시작한 지 4개월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현지 시민단체와 이민자들은 이 작전이 사실상 이민자 단속으로 변질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전체 체포자의 3분의 1이 이민 관련이라는 공식 통계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월, 워싱턴DC의 범죄 급증을 이유로 비상명령을 발동해 시 경찰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연방 요원과 주방위군 수백 명을 투입했습니다. 백악관은 이를 “범죄와의 전쟁”이라고 규정했지만, 현장에서 체감되는 현실은 다르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AP통신이 입수한 공식 자료에 따르면, 작전 시작 이후 체포된 7,500여 명 가운데 약 33%가 이민 관련 체포였습니다. 특히 9월에는 전체 체포자의 40%가 이민 문제로 체포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UC버클리 추방 데이터 프로젝트가 공개한 이민세관단속국, ICE 자료를 보면, 이 기간 워싱턴DC에서 체포된 이민자 1,130명 가운데 80% 이상은 범죄 전력이 없거나, 형사 기소가 진행 중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이런 상황속에서 현지 이민자 커뮤니티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마스크를 쓴 신원 불명의 연방 요원들이 학교 등·하교 시간대, 음식 배급소, 히스패닉 주민이 많은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단속을 벌이고 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볼리비아 출신 이민자 나디아 살라자르 산디 씨는 시의회 청문회에서 “가족 여러 명이 잇따라 구금되면서 추수감사절 식탁에 빈자리가 생겼다”며 “너무나 공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시민권자인 자신도 여권을 들고 다닐 정도라고 토로했습니다.
워싱턴DC 시의회 브리앤 네이도 의원은 “이민 단속이 이제는 뉴스도 되지 않을 만큼 일상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의료기관 방문조차 두려워 발달장애를 가진 자녀의 치료를 포기하려는 가족도 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이 같은 단속 방식은 결국 법정 다툼으로 이어졌습니다. 연방 판사는 최근, 영장이나 명확한 개연성 없이 무차별적으로 이민자를 체포하는 것은 위법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단속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국토안보부는 모든 체포가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적법 절차가 보장되고 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백악관 역시 “범죄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든 법을 어기면 단속 대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워싱턴DC는 연방 직할구라는 특성상 자치권이 제한돼 있어, 시 당국이 할 수 있는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연방 정부의 치안 작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아직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범죄 단속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되는 연방 개입이, 과연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조치인지, 아니면 이민자 사회를 위축시키는 공포 정치인지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입니다.
K-Radio 조훈호 입니다.
K-RADIO의 기사와 사진, 영상에 대한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COPYRIGHT ⓒ K-Radio ALL RIGHT RESERVED




Comments